英 다이슨 가문까지 K증시 주목… 싱가포르 날아간 韓 운용사

“이번엔 다릅니다. 주주 가치를 높이고 자본시장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개혁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코스피)는 여전히 주식가격도 저렴하고, 통화(원화)도 절하된 이중 저평가 상태 입니다.”

지난달 중순 싱가포르 금융 중심지 래플스 플레이스(Raffles Place) 구역에 위치한 리퍼블릭 플라자(Republic Plaza). 스위스계 펀드 서비스 회사인 ‘스위스 파이낸셜 서비스’가 매년 개최하는 비공개 글로벌 네트워킹 행사(TAIC)에 한국 자산운용사로는 최초로 페트라자산운용이 초청 받아 한국 시장 투자 기회에 대해 설명했다.

대상은 글로벌 프라이빗 자금을 보유한 ‘큰 손’들. 영국 가전기업 설립으로 널리 알려진 다이슨 가문의 패밀리오피스 웨이번그룹(Weybourne Group), 뉴욕 투자회사 프렐류드 캐피탈(Prelude Capital), 체코 자산관리기업 시리우스 인베스트먼트(Sirius Investment) 등이 대표적 참석자들이었다.

웨이번그룹은 다이슨 가문의 개인 자산을 운용하고, 프렐류드 캐피탈은 고액자산가 자금을 받아 글로벌 자산운용사에 배분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는 만큼, 페트라자산운용이 한국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이 행사에 초청돼 발표한 것은 거액의 글로벌 프라이빗 자금이 국내 증시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등 대형 해외 자금을 유치한 경험이 있는 페트라자산운용은 이날 국내 증시 전망을 발표하며 “한국 증시(코스피)는 가격도 저렴하고, 통화(원화)도 절하돼 이중 저평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순이익비율이(PER)이 약 11배에 불과하고,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2022년 초 대비 20% 가까이 절하돼 있어 주식가격과 통화 모두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페트라자산운용을 공동 창업한 이찬형 대표는 “외국 투자자들의 경우 현재 원달러 환율이 과도하게 높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며 “1400원대 초반 정도로만 내려가도 환율 측면에서도 수익성이 생기는 것”이라 설명했다.

페트라자산운용은 세력이 커지고 있는 국내 행동주의 또한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페트라 측은 “한국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운동이 출현하고 있다”며 “이들 펀드의 행동 사례가 2020년 10건, 2021년 27건, 2022년 47건, 작년 66건으로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외국계 참석자들은 한국 증시가 보유한 다양한 산업군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찬형 대표는 “고대역폭메모리(HBM)로 고급화에 성공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쇼티지’ 호황까지 맞고 있는데다 2차전지, 방산 등 다양한 산업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저렴한데다 미래 성장성까지 갖춘 증시는 한국 외엔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의무 소각 등 정부 정책 또한 외국 투자자들의 관심사였다. 최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도 한국의 높은 배당소득세와 상속세 등 특이한 제도적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찬형 대표는 “논의되고 있는 제도적 개선이 진행될수록 외국인 자금 유입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배당소득세 최고세율이 30%로 조정되면서 외국인 자금 귀환의 촉매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국인들은 올 10~11월 두 달 간 국내 증시에서 8조2200억원 어치 순매도를 기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