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편중 韓투자자, 자산 다변화 시급

“한국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고수익 성장주와 안전자산(채권)으로 양분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10년은 미국 기술주의 좋은 성과 덕에 이 같은 전략이 유효했지만 앞으로는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매슈 퀘이프 피델리티인터내셔널 글로벌멀티애셋 투자총괄은 “밸류에이션 조정기에는 극단만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전략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다양한 멀티애셋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주식·채권 간 가격 동조화가 투자전략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20년간 데이터를 보면 두 자산이 동조화된 기간이 그렇지 않은 기간보다 훨씬 길었고, 그동안 투자자들이 익숙했던 ‘역상관 구간’은 오히려 예외적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은 오랫동안 포트폴리오에서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보호장치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주식과 채권이 함께 흔들리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가 과거보다 크게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주식과 채권’ 조합이 아닌 다층적인 자산배분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채권을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만능 자산은 없다”며 “원하는 수준의 방어 효과를 내려면 다양한 자산군을 함께 담아야 하며, 그만큼 분산투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피델리티 역시 금과 같은 실물자산 등 기존 채권의 역할을 일부 보완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의 비중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피델리티가 추구해온 ‘절대수익 전략(Absolute Return)’도 동일한 맥락이다. 그는 “절대수익 전략은 시장 변동과 무관하게 목표한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이라며 “전망이 좋은 종목에 대해서는 롱 포지션으로, 덜 매력적인 분야는 숏 포지션으로 대응해 목표 수익을 추구하는데 최근 같은 시장 환경은 오히려 초과 이익 창출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퀘이프 총괄은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투자 비중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며 “현 정부가 내놓는 증시 부양 정책들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투자와 관련해서는 통화 헤지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은 원화 헤지를 과도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론적으로나 통계적으로는 환 노출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며 “관행적인 헤지 전략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