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형도 가혹, 5년이면 충분”… 내달 11일 미국서 선고 앞둔 테라·루나 권도형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4)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가 미국 법원에 징역 5년 이하의 형량을 선고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권 씨 측은 몬테네그로에서의 가혹했던 수감 생활과 거액의 추징금 납부를 근거로 선처를 호소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권 씨의 변호인단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출한 양형 의견서를 통해 “권 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의 실현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권 씨는 지난 8월 미국 검찰과의 플리바게닝(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을 통해 사기 및 금융 사기 모의 혐의 등을 인정했다.

당시 합의 조건에 따라 검찰은 최대 12년의 징역형을 구형하기로 했으나, 변호인단은 이마저도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다”며 더 낮은 형량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변호인단이 내세운 감형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이미 치러진 죗값’이다. 변호인단은 “권 씨는 도피 및 송환 과정에서 이미 3년 가까이 구금 상태였다”며 “특히 그중 절반 이상을 보낸 몬테네그로 구치소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고 잔혹했다”고 강조했다. 몬테네그로에서의 수감 기간이 사실상 징역형을 산 것과 다름없다는 논리다.

둘째는 ‘경제적 책임’이다. 권 씨 측은 이번 플리바게닝의 일환으로 현금 1900만달러(약 265억원)와 일부 부동산 등 자산을 몰수당하는 데 동의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충분히 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권 씨 측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2022년 테라USD(UST)와 루나 코인의 연쇄 폭락으로 증발한 시가총액이 무려 40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하며,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미국 재판 결과는 향후 한국에서의 사법 절차와도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변호인단 역시 의견서에서 “권 씨는 한국에서도 동일한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 검찰은 그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에서의 중형 선고가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거나, 한국 송환 시 과도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권 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된 뒤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상태다. 미국 검찰은 조만간 독자적인 양형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오는 12월 11일(현지시간) 최종 선고를 내린다.

현지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 법원이 징역 10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했던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사례와 달리, 권 씨는 유죄 인정을 통한 형량 거래를 선택했다”며 “5년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지만, 12년 상한선 내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