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중국에 다 뺏긴다…삼성·하이닉스 발칵 뒤집힌 이유

미·중 반도체 전쟁에 ‘새우등’…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줄하락

'이러다 중국에 다 뺏긴다'…삼성·하이닉스 발칵 뒤집힌 이유

반도체주가 줄내리막을 타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면서 졸지에 국내 기업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 까닭에서다.

美 “삼성전자·SK하이닉스, 中 공장에 미국산 장비 맘대로 반입 말라”

1일 장중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2.80% 내린 6만7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초에 비해 약 1.6% 가량 낮다. SK하이닉스는 5.02% 내린 25만5500원에 거래됐다. 지난 한달간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한 수준이다. DB하이텍은 -3.59% 하락했다.

와이씨(-7%), 테스(-6.49%), 동진쎄미켐(-6.18%), 한미반도체(-5.63%), 이오테크닉스(-5.40%), 티씨케이(-5.21%), 유진테크(-4.90%), HPSP(-4.12%), 주성엔지니어링(-4.01%), 원익IPS(-3.32%)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일제히 상당폭 하락세를 탔다.

이날 반도체 관련주들은 미국과 중국에서 악재성 소식이 잇따라 나오면서 주가가 꺾였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국내 반도체 양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법인·공장에 대해 반도체 장비 규제 예외를 더이상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오는 2일 미국 연방 관보에 정식 게시되고, 게시 120일 후부터 실행된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2022년부터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반입할 때 허가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한국 기업 등을 통해 중국으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자격을 얻어 허가 절차를 면제받았으나 3년만에 VEU 지위가 철회됐다. VEU는 미국 정부가 신뢰하는 기업에 한해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반출할 수 있는 제도다. VEU 지위를 뺏기면 각 기업은 내년 1월부터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들일 때마다 미국 정부의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韓 기업, 중국 공장 ‘업그레이드’까지 막힐 수도”

이번 조치는 자칫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발목을 크게 잡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핵심 생산거점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중국에 시안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5%가 시안 공장에서 나오고, SK 우시 공장은 D램 전체 생산량의 40%를 담당한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장비 점유율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조치에 따라 향후 미중 갈등이 격화할 경우 두 기업의 중국 공장 장비 반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세대 교체 등에 따른 각 공장 ‘업그레이드’ 길도 막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공장의 현상 유지를 위한 미국산 장비 반출은 허용하지만, 중국 공장의 생산 역량이나 기술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비 반출은 불허하겠다고 명시해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 우려는 제한적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중국 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라인의 진부화가 진행될 수 있다”며 “중국 레거시 노드 경쟁은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中 알리바바는 ‘자체 칩 개발’…中 파운드리서 생산할 듯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시장 공략 움직임도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 업그레이드에 어려움을 겪으면 겪을 수록 중국 업체들은 자국 장비를 발판으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

여기에다 중국 최대 클라우딩 컴퓨팅기업 알리바바는 새로운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9일 알리바바의 새 AI 칩이 기존 칩보다 더 범용성이 높고, 더 다양한 AI 추론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미국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지만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칩 자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량 양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지만 엔비디아 칩 밸류체인에서 이탈하는 기업이 많을수록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 투심이 사그러든다. 알리바나는 자체 칩을 중국 내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전망이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진영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고 국내의 메모리칩 업계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주 주가, 9월 중 변동성 높을 것”

증권가는 국내 반도체주 주가가 한동안 변동성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 내용, 반도체 품목관세 등 주요 사안들 불확실성이 높아서다. 반도체 품목관세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예상됐으나 관련 논의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VEU 지위 박탈 시행 전까지 시일이 남은 만큼 한미간 협상을 통해 조치의 내용이나 강도를 조정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문승환 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도 아직까지는 확정된 바 없다”며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좋지만, 9월 중 주가 흐름은 뚜렷한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단기 악재로 인한 조정을 기회로 볼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VEU 지위 박탈이 글로벌 메모리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극단적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과도한 주가 하락이 발생한다면 예전처럼 결국은 주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강화되면서 국내 메모리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메모리반도체는 이미 수십년간 공급망이 갖춰져 미국 주도로 이를 재편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뉴스이나 불안감이 곧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부쩍 AI 칩과 반도체 장비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중국향 반도체 소재나 부품 실적 기여가 기대되는 국내 기업들을 주목할만 하다”고 했다. 차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내재화가 가속할 수록 코미코, 에스앤에스택, 티씨케이, DB하이텍 등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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