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경영상 목적’ 예외 없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해야”

최근 발의된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해 ‘경영상 목적’을 자사주 의무 소각의 예외로 두면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사주 의무 소각안에서 경영상의 목적이라는 예외를 허용한다면 면책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일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과다한 자사주 보유는 현실적으로 어떤 경영상 목적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법안을 후퇴시키고 면책조항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예외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은 지난달 24일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기업이 임직원 보상이나 신기술의 도입 등 정관에 등록된 경영상 목적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마련한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승인 받아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예외 조항이 ‘자사주 꼼수 보유’의 수단을 열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경영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정관에 신설하고, 해당 정관 요건에 맞게 자기주식 처분계획을 작성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으면 신규는 물론 기존 보유 자기주식도 계속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자사주 보유·처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을 수도 없고 경영상의 목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라며 “추상적인 목적을 공시한 뒤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보유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회장은 “임직원에게 발행주식 총수의 1%를 넘는 주식 보상을 하는 회사도 거의 없고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사업 제휴는 신주 발행으로도 충분하다”며 “시장은 과다한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방어 목적임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 상법의 첫 단추였던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의 역할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이사가 예외 조항을 통해서 주주 이익을 실질적으로 고려하지 않고도 정관 개정과 주총 결의라는 형식적 절차만 거치면 면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자본시장법상 시가 기준 합병비율 산정 절차만 지키면 이사가 전체 주주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도 사실상 면책되는 것처럼 운영해 온 뼈아픈 경험이 있다”고 상기시키며 “상법에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한 취지는 주주 간 이해상충 거래를 절차로 포장해 정당화하지 못하게 하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