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미 해외주식 투자 130兆… 경상흑자보다 많았다

올해 1~10월 국민연금과 서학개미를 비롯한 한국 기관·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898억7890만달러(약 132조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를 웃도는 규모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를 웃도는 규모의 해외주식 투자가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를 보면 올 1~10월 우리나라 해외주식 투자는 898억789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2.0%(474억7800만달러) 증가했다. 역대 1~10월 기준 일반정부의 해외주식 투자로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895억8000만달러를 압도하는 규모다. 경상수지로 달러를 들여왔지만 이를 웃도는 규모만큼 해외주식 투자를 하고, 이 과정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것이다. 그만큼 환율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반정부의 1~10월 해외주식 투자는 286억3090만달러(약 42조8700억원)로 전년 동기(120억820만달러)에 비해 138.4% 늘었다. 역대 1~10월 기준 일반정부의 해외투자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은은 국제수지 해외주식 투자 통계상 일반정부를 국민연금으로 해석하고 있다.

서학개미를 비롯한 개인투자자로 분류되는 ‘비금융기업 등’의 해외 주식 투자는 올 1~10월 240억4420만달러(약 35조3400억원)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167.0% 늘어난 규모다. 올 1~10월 우리나라 전체 해외투자(898억7890만달러)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1.9%, 서학개미는 26.8%로 집계됐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불어난 해외주식 투자가 외환시장 수급 불안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달러를 많이 들여와도 결국 해외주식 투자로 달러 환전이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도 이에 따라 국민연금과 환율 수급 안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달 26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한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 4자 협의체의 논의를 개시했다. 구 부총리는 4자 협의체를 통해 ‘뉴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국민연금 해외 투자의 큰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