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래소,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만든다… 재계 ‘촉각’

한국거래소가 모자회사 중복상장 관련 기준을 명확히 세우기로 했다. 중복상장 가능 여부를 두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중복상장 관련 정의가 모호하다는 업계 안팎의 지적에 빠르게 후속 조치에 나선 모습이다. ▶2025년 11월 29일자 1·3면 참조

이를 위해 지난 5일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 실무진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조만간 예정된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발표 때 관련 내용을 함께 발표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이후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금융위원회 재가를 거쳐 내년 1분기 중 세칙을 개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어떤 경우가 중복상장에 해당하는지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관 법률에서 중복상장 자체가 명확히 정의되거나 상장 거부 사유로 명시되진 않았다.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 상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 상장이 제한된다고 언급된 정도다.

문제는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아님에도 상장이 사실상 반려되거나 주주 보호 노력의 정도를 두고 혼선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한 반도체 웨이퍼 세정장비 기업 엘에스이가 대표적이다. 엘에스이는 코스닥 상장사인 엘티씨가 2022년 인수한 기업인 데다,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모회사와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음에도 상장이 무산됐다.

㈜LS 증손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 역시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이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LS 측은 에식스솔루션즈의 경우 ㈜LS가 2008년 인수한 미국 기업으로 ㈜LS 연결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안팎에 불과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장 가능 여부는 현재 미지수라는 평가다.

에식스솔루션즈 외에도 HD현대로보틱스, 한화에너지, SK에코플랜트 등 대기업 자회사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쳤거나 선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초 확정되는 가이드라인이 이들 기업의 상장 가능 여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돼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가이드라인이 대기업 자회사 상장을 사실상 차단하는 방향으로 세워질 경우 이들 대기업 자회사는 해외 상장을 검토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