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지연 시 연 6% 책임”… 남양 판결로 기준 세워져

남양유업 인수 지연을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한앤컴퍼니(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대규모 인수·합병(M&A)에서 계약 지연에 따른 책임 범위를 판단하는 실질적 기준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한앤코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홍 전 회장이 한앤코에 약 66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21년 5월 홍 전 회장은 일가 지분 53.08%를 한앤코에 3107억원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홍 전 회장의 변심으로 거래가 중단되면서 한앤코의 남양유업 인수는 장기간 지연됐고 한앤코는 기업가치 훼손과 기회비용 등을 이유로 총 93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한앤코가 인수를 위해 준비해둔 3107억원의 자금이 장기간 묶여 있었던 부분에 대해 약 487억원의 손해를 인정했다. M&A 계약 이행 지체로 발생한 소극적 손해(기회비용)를 상법상 법정이율인 연 6%로 계산해 배상액에 반영한 것으로, 향후 유사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재판부는 홍 전 회장의 계약 불이행으로 오너 리스크가 지속되며 남양유업의 기업가치가 실제로 훼손됐다는 점도 인정했다. 인수 지연 기간 동안 남양유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자산이 감소한 부분을 적극적 손해로 본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M&A 계약을 확정적으로 체결한 뒤 오너 측 변심으로 거래가 지연되는 사례는 드물다”며 “이번 판결은 계약 불이행에 대한 비용을 명확히 제시한 만큼 향후 시장에서 계약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